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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선 붕괴..미국발 악재에 사이드카 발동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며 환호했던 국내 증시가 불과 이틀 만에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찍은 지 이틀 만에 다시 5000선 아래로 주저앉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이 쏟아지면서 지수 변동성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급격한 지수 하락으로 인해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등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째 사이드카 발동이라는 점에서 현재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6% 급락한 4959.12포인트를 기록하며 거래 중이다. 지난 4일 5371.10포인트라는 경이로운 수치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던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최고치 경신 이후 단 2거래일 만에 지수가 수직 하강하며 투자 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현장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처절한 방어전이 눈에 띈다. 개인은 무려 1조 519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떨어지는 지수를 떠받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관 역시 171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힘을 보태고 있지만 외국인의 거대한 매도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중에만 1조 5763억 원을 시장에 던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전날 5조 원대의 기록적인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늘도 셀 코리아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 대장주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83%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4.51% 떨어지며 반도체 겨울론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현대차가 6.04% 급락한 것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핵심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SK스퀘어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6%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급락하자 오전 9시 6분경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전격 발동됐다. 선물 가격의 급등락이 현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조치다. 지난 2일 매도 사이드카, 3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에 이어 일주일 사이에만 세 번이나 사이드카가 울린 것은 한국 증시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광경이다. 그만큼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투기적인 매도세가 강하게 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간밤 뉴욕 증시의 부진이 꼽힌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5일 S&P500과 나스닥, 다우존스 등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주들의 약세와 함께 아마존의 시간 외 거래 폭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투자 심리가 무너졌다. 여기에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던 금 시장과 위험 자산인 가상화폐 시장까지 동시에 급락하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일시적인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악재가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AI주의 조정과 아마존의 실적 우려, 그리고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도가 결합하며 시장에 셀 코리아라는 강한 불안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최고점 돌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과정에서 외부 악재가 트리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5000선 회복 여부를 두고 팽팽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에 따른 건강한 조정이라고 낙관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외국인의 이탈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호재 뒤에 숨어있던 고점 부담감이 이번 하락을 통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의 변동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섣부른 추격 매수보다는 시장의 진정 여부를 지켜보는 관망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일시적인 꿈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 될지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시선이 한국 증시의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