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600년의 비밀을 간직한 팽나무

 남부 지역에서 팽나무는 ‘포구나무’로 불리며, 바닷물에 강한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전북 군산시 하제마을에 있는 537년 된 팽나무는 과거 항구에서 어선의 뱃줄에 시달리며 깊은 주름을 형성했다. 이 나무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온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제마을은 1919년 육지에 편입된 이후, 일본 자본으로 간척사업이 진행되며 변화가 시작됐다. 마을은 1970년대 조개 생산의 전성기를 맞았으나,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 확장과 정부의 수용 결정으로 주민들이 떠나게 되었다. 현재 하제마을은 대부분의 가구가 철거된 황량한 상태다.

 

그러나 ‘하제 팽나무’는 주민들의 기억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다. 2018년 전시회를 통해 팽나무가 주목받으면서, 지역 주민들은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군산시는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추천하며 보존 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식물학자들은 팽나무의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강조하며, 이 나무가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적응해 왔음을 설명한다. 팽나무는 멸종위기종인 비단벌레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광희 역사연구가는 팽나무가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마을의 역사와 정체성이 사라질 뻔했다고 경고했다. 팽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지키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