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K-콘텐츠 역대급 흑자라는데…알고보니 ‘속 빈 강정’? 나라 전체로는 45억 달러 적자 충격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래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 세계를 휩쓰는 K팝의 뜨거운 인기와 K-게임의 저력이 맞물리면서 이룬 쾌거다. 음악과 게임 산업이 흑자 폭 확대를 주도하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였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산업 분야의 부진과 전체 지식서비스 무역수지의 적자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식서비스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의 무역수지는 수출 57억 8000만 달러, 수입 32억 8000만 달러로 무려 2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하반기의 19억 8000만 달러 흑자보다 약 26%나 급증한 수치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전기 대비 증가를 이어가며 뚜렷한 우상향 기조에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 산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오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흑자를 견인한 일등 공신은 단연 게임과 음악이었다. 게임 산업은 상반기에만 22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전체 흑자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K팝을 필두로 한 음악 산업 역시 5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태며 힘을 실었다. 방송 및 영상 분야도 3억 6000만 달러 흑자로 선전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 분야가 웃은 것은 아니다. 지식정보(-8억 3000만 달러), 광고(-1억 3000만 달러), 출판(-2000만 달러) 산업은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며 명암이 엇갈렸다.

 


문제는 콘텐츠 산업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함한 전체 지식서비스 무역수지는 상반기에만 45억 3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문·사업서비스(-44억 8000만 달러)와 지식재산권 사용료(-24억 5000만 달러) 등에서 발생한 적자 폭이 콘텐츠 산업의 흑자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규모 적자의 원인을 제조업의 해외 기술 특허권 사용료 지급과 연구·개발(R&D) 발주 증가에서 찾았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게임, OTT, 인공지능(AI) 관련 애플리케이션 구매와 구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K-콘텐츠가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안에서는 해외 플랫폼과 기술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러한 불균형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16억 4000만 달러)이 흑자를 냈지만, 제조업(-24억 7000만 달러)과 디지털 중개 플랫폼(-22억 달러)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관 형태별로는 중견기업(9억 3000만 달러)이 흑자를 기록하며 허리를 받쳐준 반면, 대기업(-37억 5000만 달러)은 막대한 적자를 내며 전체 수지를 악화시켰다. 지역별로도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는 35억 7000만 달러의 흑자를 거뒀지만, 북미(-37억 7000만 달러)와 유럽(-21억 8000만 달러)에서는 큰 손실을 보며 '동쪽에서 벌어 서쪽에 퍼주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결국 K-콘텐츠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제조업의 기술 종속, 대기업의 해외 지출, 서구권 시장에서의 무역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