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오 이거 완전 힙해" MZ, 2000년대 레트로에 꽂혔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 사이에서 의외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폰 대신 10년도 더 된 구형 휴대폰을 찾는 '영트로(Young+Retro)' 현상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폰 SE병'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이다. 2016년 출시된 아이폰 SE 1세대를 향한 MZ세대의 열망을 표현한 이 용어는, 최신 기술보다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생 김민정(21)씨는 "스티브 잡스 시대의 디자인이 주는 빈티지한 매력이 최신 아이폰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구형 아이폰의 인기는 실제 중고시장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출시 당시 80만원대였던 아이폰 SE 1세대는 현재 중고시장에서 2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년이 지난 아이폰 6S의 거래량이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는 점이다. 번개장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등록 건수는 무려 519%나 폭증했다.

 

이러한 영트로 현상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걸그룹 뉴진스가 'Ditto'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레트로한 영상미가 젊은 층의 구형 디지털 카메라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는 이제 20대들의 새로운 성지가 되었다.

 


40년 경력의 중고 카메라 상인 김민호씨는 "과거에는 공짜로 처분하던 카메라들이 이제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며 "5만원하던 카메라가 15만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MZ세대의 갈증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MZ세대만의 독특한 문화 해석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들은 낡음과 새로움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의 제품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MZ세대들은 구형 기기들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버튼으로 조작하는 물리적 터치감, 빛바랜 듯한 사진의 색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감 등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특별한 가치로 다가온다.